혈액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혈액이 없다면 사람의 생명이 유지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몸속의 혈액 중 약 15%는 여분이어서 출혈이 되어도 건강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헌혈은 우리 몸속에 있는 여분의 혈액을 타인을 위해서 기증하는 일이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는지 대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
나 자신도 교통사고로 수혈을 받아 목숨을 구한 경험이 없었다면 헌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2007년 4월 19일 새벽,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방송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당하고 무려 3개월이나 입원한 후에야 간신히 퇴원할 수 있었다. 차량 밖으로 튕겨 나오면서 의식을 잃고 나흘이 지나서야 병원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는데 갈비뼈와 골반뼈 등 3곳의 골절과 이로 인한 기흉 폐출혈 및 혈복강으로 수차례의 수혈과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과다 내출혈로 사경을 헤매던 당시 누군가 제공한 혈액이 없었다면 지금 슈퍼주니어의 멤버는 13명이 아닌 12명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헌혈에 대해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했지만 물과 공기처럼 헌혈은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생명을 전하는 소중한 활동임을 그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 경험을 옆에서 지켜본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2007년 6월부터 대한적십자사의 헌혈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혈액을 공급받은 후 한동안은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는 법 규정 때문에 아직까지 나는 헌혈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도 헌혈의 중요성과 숭고함을 알리는 포스터 촬영에 임하는 등 더욱더 의욕적으로 헌혈홍보대사 활동에 참여한다.
2년 동안 헌혈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혈액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국가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혈액 수입에 들어간 비용이 70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헌혈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하겠지. 나는, 내 가족은 수혈 받을 일이 없을 거야”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자기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니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혈을 받는 사람은 무려 40만 명에 이른다. 매일 1096명, 1시간마다 46명이 헌혈자의 혈액을 받음으로써 새 생명을 찾는 셈이다. 1년에 40만 명이면 10년이면 400만 명이 수혈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중에 나, 더 나아가 우리 가족이, 내 친구가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헌혈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은 감소하는 반면 혈액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해마다 증가해 혈액 수급이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400mL의 헌혈은 건강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헌혈에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면 족하다. 헌혈할 때의 찡그림은 채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수혈을 받아 무대에서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됐듯이 제2, 제3의 슈퍼주니어가 병원에서 헌혈자의 소중한 혈액을 기다릴지 모른다. 14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사연맹, 국제수혈학회, 국제헌혈자조직연맹 등 4개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제정한 세계 헌혈자의 날이었다. 어떤 보상이나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혈액을 기부한 헌혈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헌혈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